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에 그에 대한 감상을 쓰다보면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족을 하지 못했지만 기록을 위해서 다시 쓰다보면 막상 볼 때는 캐치하지 못했던 지점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영화의 내용보다 그 영화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 마음에 들어 그 영화에 다시금 마음이 가는 경우도 있다.
오늘 소개할 정확한 사랑의 시험은 영화서사평론집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가 읽어주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해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이 평론가가 다루었던 작품들은 이미 내가 보았거나 보기를 원했던 작품들이 많았다. 사실 나의 경우 아직 내공이 깊지 못해 간과하고 지나간 내용들이 많았지만 저자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찝어주어 아주 흥미로웠다. 마치 테이프를 되감기 하여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반대로 작가의 평가와 해석이 너무 거품이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청포도 사탕이라는 작품이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작품을 몇 번이고 다시 꼼곰하게 읽다보면 점수가 후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똑같은 영화일지라도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작가는 이 영화의 부족한 면을 꼬집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은 사람을 뭐라 할 수 없듯이 창작자의 의도 또한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한 평가를 준게 아닌가 한다.
작품 '사랑니'에 대한 감상 또한 신형철 평로가와 달랐다. 그러나 이 경우 같은 영화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을 충분히 받아들 일 수 있는 평론이었다. 둘의 차이점은 누구의 시각으로 봐도 인위적인 설정과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이 창작자의 선한 의도로 인해 그저 사소한 단점으로 치부되는가(청포도 사탕), 관점에 따라서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창작자가 성의있게 그 토대를 깔아놓았는가(사랑니)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왠지 사랑니가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평론가의 평론을 더욱 가치있게 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이미 창작하고 힘겹게 쌓은 서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쓰고자 하는 노력과 욕심이 필요한 것 같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평론해준 저자의 겸손함과 정확함이 이미 본 영화일지라도 전혀 다른 영화를 본 것 처럼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이상으로 정확한 사랑의 실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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