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평소에 시는 참 접하기 힘든 것 같다.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한강시인의 시집이 보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강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책에 전혀 관심도 없던 친구가 그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에게 극찬을 하길래 안그래도 궁금하던 차였다. 시에는 흥미가 없어 과연 읽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궁금한 마음에 얼른 구매해 보았다.
책의 초반부에 있는 시들중에는 매우 어두운 시들이 많았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두고 줄타기 하는 모습이랄까? 물론 이런 내용의 책들을 참으로 많이 보아왔지만 이런 슬픔들에 적응하기는 참 힘든 것 같다. 시를 쓰면서 시인들은 보통 자기 자신을 치유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독자들 또한 그런 치유의 능력을 통해 정화시키곤 하는데, 아마 이번에도 그랬겠지 싶다.
한강작가의 경우 소설가로 알고 있었는데 시도 썼나 보다. 알고보니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그녀의 첫번째 시집이었다. 예전부터 문예지 같은 곳에 자신의 시를 꾸준하게 등재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시로 승화시켰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그녀의 마음은 어떠한지 그 마음의 노래를 느껴보고 싶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수록된 시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는 '회복기의 노래'와 '피 흐르는 눈 4' 였다.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 / 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 / 모든 것이 / 등을 돌리고 있다' 처럼 단정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경우 뒤로 갈수록 각각의 시에서처럼 짦은 행과 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가장 처음 2개 연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체적으로 모든 시가 매우 천천히 전개되었다. 특히 '회복기의 노래'의 경우 3개의 연이 3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오래된 서정시 형식의 전형적인 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리듬이 참 좋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매우 오래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리고 겨울, 빛, 어둠, 거울과 같이 친숙한 단어들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한강 시인은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소설에서는 차마 채우지 못했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통해 시인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편안하게 시인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쉽게 읽어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가끔씩 읽는 시도 참 위로가 되어 힘이 되는 듯 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종종 시집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 이상으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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